


태초에 각기 빛과 어둠을 관장하는 쌍둥이 주신 세누스레트와 나르메르가 있었다. 억겁의 혼돈 후에 두 쌍둥이가 세상을 창조하려 하는데 그 둘만으로는 부족하여, 도움을 얻고자 자식 되는 신을 넷 창조했으니 각각 물과 불, 대지와 바람이다. 그리하여 창세를 시작했으나 두 주신과 네 자식의 권능이 화합하여 어우러지지 못하니 이에 세누스레트와 나르메르가 자신의 권능을 쪼개 자식들에게 물려주었다. 한데 본디 빛과 어둠은 공존하지 못하는 개념이라, 빛과 어둠을 담은 네 신이 또 반으로 나뉘어 각각 제 관장하는 원소의 빛과 어둠을 다스리니 이것이 지금의 여덟 신이다.
각 여덟 신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최초로 비노가 흙을 만들고 비나가 땅을 빚어 대륙의 지형이 만들어졌다. 두 대지 신은 협곡과 해구, 산과 평야를 넘나들며 춤을 추었는데 비노의 발길이 닿은 곳에는 암석과 보석들이 자라났고 비나가 밟은 자리에는 부식토와 진흙이 생겨났다. 가장 다정한 신들로서 이들은 최초의 짐승과 나무와 사람을 상상하였고 생의 축복을 빌었다.
그러나 이 거대한 토지에는 섬세함이 적은 것이라, 안샤르가 햇빛에 풀무질하고 산을 열기에 넣었다가 빼자 불길이 봉우리를 뒤덮었다. 이어 키샤르가 망치를 내리치니 벼려진 끄트머리에 만년설이 내리고 튀어 나간 불씨는 평원을 덥혔다. 두 대장장이 신들은 성격도 불과 같아 종종 결과물을 두고 싸웠는데, 이 때문에 대륙에는 이따금 지진이나 들불이 일어났다.
여덟 신이 아름답되 황량한 대륙을 지켜보매 아직 부드러움이 부족하였다. 라가시가 빈 곳을 짚으니 대륙 내에 있는 구멍은 호수가 되고 바깥은 바다로 변했다. 연이어 라르사가 물을 건드리자 그 손길에서부터 파도가 생기고 강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변덕적이어서, 뇌우와 태풍과 높은 파도와 사막이 모두 그들의 변심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바람의 카이사레아가 잠들어 있는 토지에 채찍질하니 새 순이 움트고 동물과 사람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움직이는 존재들을 지켜보던 아이사레아는 떠도는 숨들을 잡아 가두었다가 돌려보내기를 반복했는데, 이로써 생과 죽음이 순환하고 삶이 온전해졌다. 냉정하고 날카로운 바람의 신들은 시련 내리기를 좋아해 뭍을 걷는 자들은 때로 그들을 운명의 인도자로 여겼다.


◈ 세누스레트 ◈
태초에 생겨난 밤은 나르메르의 시간이니
쌍둥이 주신의 피조물들은 달이 뜬 시간에 지친 몸을 누이고 휴식에 들었다.
그러나 어둠의 시간은 사람의 눈을 가려 제약을 걸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위협을 가져오기도 했다.
팔레로네 대륙 전역에서 주로 믿어지는 종교.
태양과 빛의 주신 세누스레트만을 유일하고 선한 신으로 인정해 숭상한다.
세누스레트의 교리에 의하면, 자신의 힘에 취한 나르메르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특해져 자신의 권세를 늘리고 세상을 완전한 밤에 잠기게 했다. 이를 보다 못한 그의 쌍둥이 세누스레트가 동쪽에서 떠올라 어둠을 몰아내었고, 나르메르는 자매를 피해 매일 뜨고 지며 도망치기를 반복하게 되었다. 이에 피조물들은 광명으로 어둠을 몰아낸 세누스레트를 찬양하며 그를 하나뿐인 신으로 칭송했다. 세누스레트가 더욱 압박을 가하자 나르메르는 마침내 겨울로 도망쳤으니, 겨울에 밤이 긴 것은 또한 이 때문이다.
겨울이 길고 추운 북쪽 땅은 나르메르의 영토로 알려져 있다.
비마법사들은 마법사들이 빛의 신뿐만 아니라 어둠의 신도 믿기 때문에 악한 존재라고 여기며,
나르메르의 기운이 섞인 창조 신화의 하위 여덟 신을 신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