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금잔
" 증오가 사랑이 아니라곤 말하지 마. "
두상 : @renoir_18 커미션
새틴 사라반드 무어
Satin Sarabande Moore
Age 14 · Height 159cm · Weight 40kg
시스젠더 여성 · 오르게 출신
MORTA
ATK 60 · DEF 5 · HP 60 · MP 100
잠언 | 생명의 연회
Appearance
외관
열정 없이 무기질적으로 흰 낯. 주근깨 없이 흰 피부는 고운 사포로 갈아낸 석고나 균열 없는 도자기와도 같다. 엉키거나 상한 곳 없이 흐르는, 햇빛을 잘 머금는 진줏빛 머리카락. 검은 벨벳으로 만든 도톰한 머리띠. 가지런한 앞머리와 긴 속눈썹 사이로 녹보석 같은 눈동자가 보인다. 새초롬한 눈매 아래 다갈색이 섞인 녹색 홍채는 대체로 먼 곳을 향한다. 이제는 습관적인 미소 대신 무표정한 얼굴을 할 줄 안다. 그러나 아직도 손톱은 무엇 하나 햘퀼 수 없도록 둥글며, 팔다리는 살집 없이 가늘다. 사뿐한 걸음은 자주 땅 대신 허공을 딛는다.
잠시 바라보아선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걸친 것이 대부분 고급품이다. 특히 교복은 본래의 형태를 훼손하지 않되 값진 소재를 풍성하게 쓴 맞춤복. 그러나 매무새가 단정하지는 않다. 몸에 맞춰 매년 새로 짓는 블라우스는 단추가 하나씩 풀려 있고, 넉넉한 길이의 스커트와 레이스를 두른 페티코트는 발길이 바람을 밟을 때면 가볍게 팔랑거린다. 최근에는 망토 대신 아망딘 실크로 지은 숄을 두르고 다닌다. 외부로 외출할 때야 망토부터 보닛까지 꼼꼼히 챙겨 입지만 학교 안에서는 대체로 느슨한 차림이다. 추워도 목도리 정도만 두르고, 가끔 편지를 열 때 가죽 장갑을 끼는 정도. 실내화나 구두를 신고 있을 때면 양 발목에 건 앵클릿이 보인다.
옆을 스치면 희미한 꽃향기가 난다. 차가운 시트론으로 시작해 장미로 이어지고, 바닐라에서 끝나는 매그놀리아 향.
Personality
성격
고요한 | 권태로운 | 불안정한 | 염세적인
여전히 표면은 이상적인 소녀. 말씨가 나긋하고 몸가짐은 반듯하다. 낯선 이를 대할 때엔 입가에 미소를 짓고, 생각을 날것으로 내보이지 않는다. 다정하고 고상한 말투와 사근사근한 태도를 갖춘 모습으로 자랐다. 감정 기복이 적고 쉽게 동요하지 않아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할 줄 안다. 또한 권위에 순종적이며 규칙과 예절을 준수한다. 그러나 밝고 온화한 인상을 꾸미던 어린 시절과 달리, 수면을 들여다보면 어렵지 않게 밑바닥의 우울이 보인다. 전보다 말수가 줄어들었고 잘 웃지 않는다. 무표정한 얼굴은 나이답지 않게 고요하고 권태롭다.
이성적이고 염세적이다. 자기 자신을 포함해 매사에 그다지 감정을 개입하지 않는다. 애초에 감정 기복이 적은 건 삶에 무관심하기 때문이고, 권위에 순종하는 것은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많은 일을 쓸모의 논리로 파악하며 효용이 없는 행동엔 손을 쓰지 않는다. 최소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효율을 추구한다. 가끔은 게으르게 보일 정도. 그러나 분명한 동기만 있다면 성실하게 움직인다. 특히 스스로 하겠다고 마음먹은 일이라면 작은 오차까지 살피고 정교히 통제하려 든다.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는 본성은 그대로지만 이제는 사랑받아야 할 상대를 분명히 구분한다. 그리고 나티에르의 어린 마법사들은 몇 안 되게 새틴이 예쁨 받을 필요 없는 존재이다. 덕분에 동기 앞에 있을 때와 그 외의 사람을 대할 때 상당히 차이가 난다. 학교에서는 꽤나 긴장이 풀려 있으며 감정 표현이 상대적으로 다양하다. 다양한 표현이래봐야 부정적인 방향이지만. 얼굴을 찌푸리거나 피로와 고통을 티 낼 줄 알게 되었다. 학교 외부의 일로 피곤할 때에 특히 빈틈이 많고 불안정하다.
그러므로 새틴이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다면 평가는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사교계에서는 마법사임에도 매력적인 먹잇감, 선후배들에게는 사근사근한 아가씨, 동기들에게는…. 나긋한 독설가 혹은 염세적인 책략가? 여전히 사람과 사건이 흘러가는 생리를 읽고 유리한 선택지를 고르는 데에 능하다. 그리고 자신의 총명함을 감추지 않는다. 승부욕과는 거리가 멀지만 딱히 겸손하지도 않다. 경쟁심을 가지면 상대만 진이 빠지기 좋은 유형. 한편 변함없이 방어적이다.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낭만을 믿지 않는다. 애정을 불신한다. 그러면서 배운 대로 사랑을 구하는 것이 곧 자기모순이다. 학습된 결핍 아래엔 살얼음처럼 찬 분노가 있다.
Other
기타사항
I.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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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게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무어 은행’을 소유한 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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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 은행의 역사는 오르게-라르시크 무역 전쟁의 종식으로부터 시작한다. 두 국가 사이 협정이 체결되고 교역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금융 기관을 원했다. 전쟁이 종식되었다고 해도 라르시크의 사막길을 돌아 서남부 섬 연합을 오가는 무역로에는 여전히 예상할 수 없는 위협이 많았고, 이렇듯 위험도가 높은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돈을 맡거나 빌려주고 채권을 작성하는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때 오르게 왕실과 여러 귀족 가문의 투자를 받아 최초의 은행을 설립한 것이 마르디타 무어, 당시의 무어 자작이자 왕실의 금고 관리인이다. (그는 훗날 오르게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백작으로 승작된다.) 투자자였던 왕실의 비호 아래 사업을 시작했던 무어 은행은 6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업을 계속하며 가장 오래된 은행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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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무어 백작가가 은행 사업만으로 팔레로네에서 손꼽히는 거부가 된 것은 아니다. 오르게 각지의 지점을 이용한 운송업과 거대 고객인 상단들과 함께한 무역업으로 몸집을 불리던 무어 가는 1022년 증기 기관이 발명되자마자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철도 산업에 과감하게 투자해, 오르게에 깔린 철도의 절반은 무어의 금붙이로 만들었다는 농담이 돌 정도였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막대한 수익을 냈다. 여전히 무어 가는 오르게에 깔린 철도의 상당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은행업뿐만 아니라 각종 사업에 발을 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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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에 마법사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던 무어의 막내딸은, 열세 살이 되어 몽펠리아에 돌아왔다. 파티에 참석한 건 단 하루였으나 호사가들과 저급한 신문 사이에서는 꽤 소란이 일었다. 딸의 귀환을 기점으로 무어 백작은 다시 자금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안정한 시대에 돈이 모이는 곳은 자본가의 손이다.
II. 나티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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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이 되던 방학, 수도의 무어 저택에서 열린 파티로 몽펠리아 사교계에 귀환했다. 현재 대외적으로 새틴 무어를 평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불운하게 마법사로 태어났으나, 저주받은 몫까지 사랑받는 소녀. 무어의 마법사. 독이 든 금잔. 마법사라는 걸 감수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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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이후로 학교에 있는 동안에도 자주 외부에서 온 편지를 받는다. 발신인은 매번 다르다. 편지 봉투에는 꽃잎이 담겨 있기도, 얇은 칼날이 붙어서 오기도 한다. 학교 내부에서도 연애 편지를 종종 받지만 연애는 따로 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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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나티에르에서 꽤 많은 사람에게 춤을 가르쳤다. 여전히 춤추기를 좋아하고 아침에는 꼬박꼬박 몸을 푼다. 악기는 새로 배울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지 여전히 피아노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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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겨울은 한이라도 풀듯 도서관에 틀어박혀 보냈다. 책을 통해 문학과 수학, 철학, 과학과 같은 기초 학문을 빠르게 흡수했다. 여전히 나이에 맞지 않는 어휘를 구사하며 또래 평균보다 어려운 책을 읽는다. 하지만 수업에는 한결같이 집중하지 않고 창밖만 바라보곤 한다. 출석이나 과제는 챙기지만…. 노력보다는 재능으로 틀어막는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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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이 되던 해 학교 부지에서 말을 타다 낙마한 적이 있다. 팔에 금이 가고 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사고였지만 다행히 흉은 남지 않았다. 공용의 말을 타다 생긴 일이었기에, 오빠에게 선물로 유순한 흰 말을 받았다. 말의 이름은 아레트.
III. 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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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틴, 사샤, 사라반드, 무어, 혹은 아가씨. 어느 쪽으로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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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생. 몽펠리아에서 태어나 아망딘에서 자랐고 나티에르에 살고 있다. 아직도 예레누르의 날씨에 적응하지 못했는지 추위를 많이 탄다. 교복에 보온 마법까지 걸어놓고도 신기하게 매년 감기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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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잡이. 아이의 것이라기엔 늘씬하고 우아한 필기체를 쓸 줄 안다. 외부의 편지에는 늘 이런 글씨체로 답신을 적는다. 그러나 무언가를 메모하거나 계획할 때의 글씨를 보면 끔찍한 악필이다. 특히 자물쇠를 건 푸른 수첩에는 자기밖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마구 휘갈겨 적는다. 글씨 외에도 여전히 손재주가 없어, 다른 과목에는 훌륭하거나 무난한 실력을 보이면서도 마법약에는 약하다. 다행히 뜨개질은 보통 손 대신 목소리로 한다. 못하면서 왜 계속하는지는 의문. 지금도 목도리를 하나 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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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에 특출나다. 이제는 그 재능이 누구로부터 전해져 내려왔는지를 알지만, 한결같이 가족 중 마법사는 자신뿐이라고 말한다. 항상 마법을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교복에는 보온 마법을, 앵클릿에는 부유 마법을 둘렀다. 계단을 쓰는 법을 잊은 것처럼 곧잘 창문에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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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어깨까지 오는 길이의 스태프를 사용한다. 보통은 패용하기 쉽게 줄여서 들고 다닌다. 지팡이는 상아처럼 흰 목재에 타원형의 우윳빛 마력석을 얹은 형태다. 가끔 머리 리본을 지팡이에 묶어두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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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사람과 물리적 거리감을 확보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이라면 옆에 붙어 있는 편을 선호한다. 한편 자신의 호불호를 제법 인지하게 되었다. 여전히 호수를 좋아하고 수면에 비친 하늘을 오래 바라본다. 추위와 큰 소리, 뜨겁고 자극적인 음식, 예레누르의 겨울을 싫어한다. 질 필요가 없어졌으므로 보드게임을 싫어하지 않는다. 무용과 승마와 보리 사탕을 좋아한다. 그리고 오르게를 사랑한다. 때론 증오도 사랑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