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반의 흰 꽃
" 사랑은 두려움보다 강하대. 어머니가 그러셨어. "
두상 : @renoir_18 커미션 / 인장 : @AT_____field 지원
새틴 사라반드 무어
Satin Sarabande Moore
Age 10 · Height 132cm · Weight 24kg
시스젠더 여성 · 오르게 출신
MORTA
ATK 10 · DEF 5 · HP 60 · MP 80
잠언
Appearance
외관
치열함을 모르는 듯 무구한 얼굴. 주근깨 없이 희고 부드러운 피부가 풍요로운 삶을 반영한다. 엉키거나 상한 곳 없이 팔목까지 기른, 햇빛을 잘 머금는 진줏빛 머리카락. 이마 반절을 가리는 앞머리와 흰 속눈썹 사이로 투명한 헤이즐색 눈동자가 빛난다. 새초롬한 눈매 아래 연녹색과 엷은 다갈색이 섞인 홍채는 아이답지 않게 평온해 열정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다. 사람이 없을 때만 무표정한 얼굴은 내보일 상대가 있을 땐 늘 눈썹을 유순하게 늘어뜨리고 웃는다. 둥글게 다듬은 손톱과 흉 하나 없는 손발. 걸음이 바르고 발소리 없이 사뿐사뿐하다.
잠시 바라보아선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들고 걸친 것이 모조리 고급품이다. 특히 교복은 본래의 형태를 훼손하지 않되 값진 소재를 풍성하게 쓴 맞춤복. 또래보다 마른 아이가 추위를 탈까, 목깃에 예레누르 산 검은 담비 털을 두르고 케이프 안에는 거위 깃털을 누볐다. 뺨이 찬바람을 덜 맞도록 만든 보닛은 턱 아래에서 리본을 매는 형태다. 블라우스와 치마도 물론 맞춤으로 지었다. 아망딘 실크를 넉넉하게 주름 잡은 스커트 아래에 양모를 덧대고 레이스를 겹겹이 두른 페티코트를 입고 있다. 무릎을 덮는 흰 비단 양말이나 손바닥을 활짝 펼쳐도 조이지 않는 벨벳 장갑, 키에 맞춰 만든 유백색 양산까지. 눈에 띄게 사치스럽거나 장식적이지는 않지만 그 자신을 포함해 무엇 하나 여러 사람의 손이 가지 않은 부분이 없다. 흡사 몽펠리아 상점가의 도자기 인형 같은 어린아이.
성격
나긋한 | 너그러운 | 미온적인 | 계산적인
오르게의 이상을 구현한 듯한 소녀. 말씨가 나긋하고 몸가짐은 반듯하다. 타인을 대할 때엔 언제나 입가에 미소를 짓고, 생각을 날것으로 내보이지 않는다. 감정 기복이 적고 쉽게 동요하지 않아 항상 온화하고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할 줄 안다. 제 앞에 언성을 높이는 사람이 있더라도 마주 분노하거나 울어버리는 대신 사근사근하게 웃으며 대처할 정도. 자연히 그 나이대 아이들이라면 종종 저지르는 장난이나 사고와는 거리가 멀다. 규칙을 준수하고 명령에 순종하며 예의가 바르다. 덕분에 어른들에게는 곧잘 속을 썩이지 않는다거나 조숙하다는 평가를 얻는다.
그러므로 새틴이 어떤 아이냐고 묻는다면 별장의 사용인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다정한 우리 아가씨!” 매사에 배려심을 바탕으로 행동하며 타인에게 너그럽다. 사용인이 실수로 작은 치수의 구두를 가져오면 소리 내어 꾸짖는 대신 발만 가볍게 절뚝이고, 용서를 구하면 괜찮다며 간식으로 나온 케이크를 권한다. 버릇이 없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풍요로운 환경에서 온실의 꽃으로 자랐지만 무던하고 욕심이 없다. 특히 물건 따위에 탐을 내거나 애착을 붙이지 않는다. 손에 무엇이든 생기면 나누어주는 성품.
……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말 다정했다면 신발이 불편해도 티를 내지 않거나 용서를 구하기 전에 사용인을 감쌌을 것이다. 하지만 새틴은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사죄를 받고 용서하는 입장이 되어야 관계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계산적이고 이성적이며 열 살 먹은 아이보다는 사업가나 정치인처럼 행동한다. 또한 사람과 사건이 흘러가는 생리를 읽고 유리한 선택지를 고르는 데에 능하다. 즉 지금의 새틴 무어는 영리한 아이가 사랑받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다.
그렇기에 새틴은 습관적으로 겸손하며 무해하다. 말문을 틀 때는 버릇처럼 잘 모른다는 말을 덧붙이고, 부정적인 반응을 할 만한 상황에도 강박적으로 온건한 선택지를 고른다. 타인이 원하는 모습을 가장하며 자신의 욕망은 내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런’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온화하고 나긋한 모습을 넘어 내면을 들여다본다면 이 소녀가 얼마나 방어적인지를 알 수 있다. 거리감이 분명한 미소 뒤에는 물안개처럼 차고 서늘한 면이 있다.
Other
기타사항
I. 무어
- 오르게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무어 은행’을 소유한 백작가.
- 무어 은행의 역사는 오르게-라르시크 무역 전쟁의 종식으로부터 시작한다. 두 국가 사이 협정이 체결되고 교역량이 본격적으로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금융 기관을 원했다. 전쟁이 종식되었다고 해도 라르시크의 사막길을 돌아 서남부 섬 연합을 오가는 무역로에는 여전히 예상할 수 없는 위협이 많았고, 이렇듯 위험도가 높은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돈을 맡거나 빌려주고 채권을 작성하는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때 오르게 왕실과 여러 귀족 가문의 투자를 받아 최초의 은행을 설립한 것이 마르디타 무어, 당시의 무어 자작이자 왕실의 금고 관리인이다. (그는 훗날 오르게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백작으로 승작된다.) 투자자였던 왕실의 비호 아래 사업을 시작했던 무어 은행은 6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업을 계속하며 가장 오래된 은행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 물론 무어 백작가가 은행 사업만으로 팔레로네에서 손 꼽히는 거부가 된 것은 아니다. 오르게 각지의 지점을 이용한 운송업과 거대 고객인 상단들과 함께한 무역업으로 몸집을 불리던 무어 가는 1022년 증기 기관이 발명되자마자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철도 산업에 과감하게 투자해, 오르게에 깔린 철도의 절반은 무어의 금붙이로 만들었다는 농담이 돌 정도였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막대한 수익을 냈다. 여전히 무어 가는 오르게에 깔린 철도의 상당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은행업뿐만 아니라 각종 사업에 발을 걸치고 있다. 그러나 저명한 투자가였던 선대 백작과 달리 현 백작인 유벤 무어는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라는 평가가 공공연하다.
- 가언은 <절제, 겸손, 신의>. 이에 걸맞게 가풍이 검소하고 신중하다. “사치스러운 자에게 금을 맡기는 사람은 없다.”라는 마르디타 무어의 말이 대대로 내려온다.
- 무어 백작은 평민이자 무어 은행의 은행원이었던 아내 이디스와 결혼해 슬하에 자식 둘을 두었다. 새틴 사라반드 무어는 위로 오빠가 하나 있는 막내딸이다.
- 불운과는 거리가 멀던 무어 백작가에 문제가 발생한 건 1243년이었다. 몽펠리아의 저택에서 열린 세자르 무어의 생일 파티 중 불의의 사고로 그 동생이 마법사임이 밝혀진 것이다! 둘째가 마법사라는 사실이 공공연히 알려진 혼란 속에서 무어 백작가는 지방의 별장으로 몸을 피했다. 4백 년 전의 폭주 사건까지 들어 공격하던 여론은 백작이 사업을 축소하고 대대적으로 큰 금액을 세누스레트 교에 기부하면서 잦아들었다.
II. 아망딘
- 그렇게 새틴 무어는 몽펠리아의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면 나오는, 오르게 남부의 호수도시 아망딘에서 자랐다. 무어 백작가가 아망딘 호의 별장에 자리를 잡은 5년 간 새틴은 아망딘을 벗어난 적이 없다.
- 아망딘은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동시에 유명한 운하도시이기도 하다. 한쪽 끝은 몽펠리아에서 내려오는 큰 강에, 다른 쪽 끝은 호수에 닿는 운하가 아망딘을 가로지르고 사람들은 이 운하를 이용해 도시를 오간다.
- 공식적으로 아망딘 호라고 불리는 거대한 호수에는 ‘세누스레트의 눈물’이라는 별명이 있다. 아망딘 호가 이런 별명으로 불리게 된 것은 오랜 설화 때문이다. 세상에 나르메르의 어둠이 가득하던 시절, 자매로 인해 고통받는 피조물을 굽어본 세누스레트가 큰 눈물방울을 흘렸다고 한다. 눈물방울이 떨어져 움푹하게 팬 땅에 세누스레트의 눈물이 고여 지금의 아망딘 호가 되었다는 것이 호수에 얽힌 전설이다. 아망딘에서는 매년 9월이면 수확제를 겸해 세누스레트의 자비에 감사하는 축제가 열린다.
- 오늘날 아망딘은 휴양지로 알려졌지만, 본래 물이 도는 만큼 천연염료가 되는 풀들이 왕성하게 자라 염색 산업이 유명하다. 특히 전통 기법으로 염색해 푸른빛이 도는 비단은 ‘아망딘 실크’라고 이름 붙는 고급품이다. 9월에 아망딘을 방문하면 집집마다 세누스레트의 문양을 금사로 수놓은 푸른색 리본을 문가에 묶은 모습을 볼 수 있다.
III. 새틴
- 대외적으로 새틴 무어를 평하는 말은 다음과 같다.: ‘정상적인’ 비마법사 가정에서 ‘불운하게’ 마법사로 태어났으나, 저주받은 몫까지 거하게 사랑받는 소녀. 황금 온실의 꽃. 무어 백작이 연말마다 딸의 이름으로 세누스레트 교단에 기부한지도 5년 째지? 아마 오르게에서 가장 사랑받는 마법사일걸.
- 가족들이 부르는 애칭은 사샤. 과거에는 새틴이나 사라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제는 애칭이 아니면 아가씨 소리가 익숙하다.
- 호불호를 물어도 좋아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것을 좀처럼 말하지 못한다. 취향이 희미하기 때문이 아니라, 만족스러운 것만 누리고 싫어하는 것은 마주하지 않으며 살았기 때문에. 자식에게 무른 어머니와 딸을 아끼는 아버지, 나이 터울이 큰 오빠의 과보호 속에서 자랐다. 조금만 싫은 내색을 해도 메뉴가 바뀌고 발이 불편하면 새 구두를 짓는 환경에 익숙하다.
- 유독 싫어하는 게 있다면 머리를 써야 하는 보드게임. 오빠가 자꾸 같이 체스를 두자고 해서 질렸다고 한다. 그 외에는 목소리가 큰 또래 아이들을 싫어한다. 한편 사시사철 맑고 푸른 오르게의 하늘과 그런 하늘이 비치는 수면을 사랑한다. 물잔이나 웅덩이, 강물과 호수를 바라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건 오르게 그 자체. 오르게의 모든 것이 다른 어느 곳보다 아름답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애국심과 신앙심이 넘치는 아버지의 말을 곧이곧대로 외운 경향이 있다.
- 곡류 위주의 식사에 익숙하며 간이 강한 음식을 꺼린다. 단맛도 마찬가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아망딘 특산품인 보리 사탕일 정도로 입맛이 예스럽다. 한편 항상 따뜻한 지방에서 살아온 탓에 뜨거운 음식을 거의 접한 적이 없어 잘 먹지 못한다. 오르게인이 아닌 사람이 보기엔 미지근하고 싱거운 것들을 선호한다.
- 다섯 살부터 무용을 배웠다. 특히 흥미를 붙인 것은 발레. 나티에르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가정교사에게 꼬박꼬박 발레 강습을 받았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문학이나 수학, 철학과 같은 기초 학문 대신 무용만 배웠다는 것이다. 막내딸에게 무른 백작 부부는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자 과감하게 좋아하는 일만 하게 해주었다.
- 마법을 자기가 가진 병증으로 생각한다. 다정한 비마법사 부모는 항상 “너는 저주받은 게 아니라 그냥 아픈 거란다.”라고 가르쳤고 오빠는 아픈 동생을 지켜주겠다고 말했다. 마법 사회에 대해 적개심은 없지만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이 온 가족의 약점이라는 건 안다. 덕분에 마법과 마법 사회에 대해 무지하며, 나티에르를 흡사 병동처럼 인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