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로부터 태어난 기적
" 멀리 가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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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올데믹
Richard Oldemic
Age 18 · Height 184cm · Weight 평균
시스젠더 남성 · 예레누르 출신
NONA
ATK 5 · DEF 95 · HP 120 · MP 150
비나의 깃발 | 대지신의 포용 | 첨예한 용기
Appearance
외관
이제는 온전히 노란빛을 띠는 금발. 발목까지 오던 긴 머리칼은 사정없이 잘라버린지가 몇 년으로 더 이상 기를 생각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약간 올라간 눈매와 특유의 붉은 눈동자는 여전히 형형하게 빛나곤 하는데 여기에 항상 무감한 듯 감정표현이 뚜렷하지 않은 표정이 더해져 난색인 머리색, 눈색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인상이라는 평을 들어본 적은 거의 없다.
그동안 보다 키가 컸고, 목소리는 변성기를 지내 이제는 성별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낮아졌다. 누구도 착각하지 않을 정도로. 도드라진 뼈대는 두터워졌고 얼굴 선 역시 예쁘다는 말보다는 잘생겼다는 말이 조금 더 어울릴 만큼 제대로 자리 잡았다. 6학년 이후부터는 더 이상 자라지 않길 바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식사량도 남들만큼 온전하다. 도리어 반작용인 것처럼 남들보다 많이 먹기 시작했더니 더는 예전처럼 많이 말라보이지도 않는다.
마치 상복마냥 검은 셔츠와 베스트, 검은 장갑, 바지, 구두까지 통일해서 입고 다니는데, 겉에 걸친 값비싸보이는 아우터가 그의 착장 중에서 유일하게 색을 띤다.
Personality
성격
이성적인 / 굳건함 / 자유 / 억누른 분노
열네 살 때보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큰 목소리 대신 작아도 분명한 어조, 거친 언변 대신 고르고 고른 단어와 문장으로 타인을 긁어내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혼란스러운 속내를 보다 빠르게 갈무리할 줄도 알며, 웬만한 일에는 여전히 평온한 표정을 가장한 채 이성을 감정보다 앞세운다.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 있으면 여전히 그것이 말썽이든 일탈이든 보다 적극적으로 굴곤 한다. 다만 머리를 자르고 치마를 더 이상 입지 않는 만큼 그 행동이 약간 거칠어진 감이 없잖아 있을 뿐. 보다 자유분방한 태도로 여러 가지 관계들을 만들고 다니는데 동기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면 대부분이 한달을 채 넘기지 못하곤 한다. 애칭이 된 ‘리체’라는 이름을 동기들에게만 여전히 허락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어른이라고 부를만한 나이가 된 만큼 이제 더는 주변 사람들을 끌어안고 지키는 데에 일말의 망설임조차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는 편애라고 하고, 누군가는 ‘저렇게까지?’ 하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 그런 자신의 태도가 잘못되었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잃고 나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 때문인지 소환수의 입자를 펼쳐 커다란 막을 형성하는 식으로 발현하는 방어마법은 어릴 적보다 훨씬 더 강하고 단단해졌다.
마법사에 대한 차별 테러 소식 등을 접할 때면 눈에 띄게 말이 없어지고 표정이 보다 더욱 가라앉는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온한 무표정을 띄우곤 한다. 그들에 대한 적대감을 대대적으로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는 편.
Other
기타사항
[ 1237년 ]
당시 오르게 몽펠리아에는 기존의 건축사업을 기반으로 하여 공연장 건설 및 예술 부문 쪽으로 영역을 안정적으로 확장시켜가던 평민 사업가가 있었다. 이름은 ‘오스왈드 리프만’. 그럼에도 결혼 시장 안에서 큰 인기는 없는 편이었는데, 15년 가량을 그의 옆에서 보좌하는 연인이 있었던 까닭이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백금색의 머리칼, 붉은 눈동자의 그 아름다운 여인을 오스왈드 리프만은 ‘헬가’라고 불렀다.
서로를 보는 시선이 사랑이 아니라고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관계는 그들의 약혼식 전날에 끝이 났다. 들켜버린 비마법사의 경우가 대체로 그런 것처럼 헬가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고, 이미 아이를 뱃속에 품었으니 지체할 필요가 없다며 여러 대소사도 미루어둔 채 밀어붙였던 약혼식은 흔히 그렇듯 ‘불의의 사고’ 라는 식으로 무마되었다. 현재까지 안주인이 든 적 없는 리프만 저택에서는 누구도 소문으로 남은 그 수치스러운 일을 입에 담지 않는다. 저택의 주인이 산호를 깎아 만든 결혼반지를 왼쪽 네번째 손가락에서 뺀 적이 없다는 사실 역시도.
한때는 망각한 척 헬가 O. 리프만이 될 뻔 했던 여자는 비밀을 들킨 후 고향 예레누르로 도주해 산속 깊은 곳에서 홀로 아이를 낳고 쇠약해진 몸을 감당하지 못한 채 죽었다. 봄에게 거절 당하고 겨울 속에서 태어난 아이는 운명이 인도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주변의 마을 사람들이 주워 당연하다는 듯 길렀다.
오스왈드 리프만과 헬가 오츠카, 부모 중 어느 쪽도 이름을 지어주지 못한 그들의 아들은 낯선 이들의 선의로 ‘리하르트’라는 이름을 받았다. 포기하지 않은 애정과 인간의 선의에서 비롯된 기적이 제 삶 그 자체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 1247년 ]
‘리하르트’가 9살 즈음이 되던 해, 갑작스레 쏟아져내린 눈사태로 그가 몸을 의탁하던 집이 눈 속에 파묻혔다. 집주인 부부가 일을 하러 가고 집 안에는 리하르트와 3살 난 부부의 딸인 일레인만이 남았을 적에 일어난 재난으로, 의지와 무관하게 생존본능이 발현한 마법으로 살아남았다.
이후 마을 사람들의 머리가 기민하게 돌아갔다. 이 저주받은 땅 끄트머리, 본래부터 마법사를 극도로 혐오하던 영주의 손에서는 예레누르의 바깥 같은 수준의 차별과 박해로 끝이 나지 않을 거라고. 다행스럽게도 늦지 않은 타이밍에 흰비둘기가 도착했다. 모두가 가시덩굴의 소문은 거짓이고 리하르트는 죽어 마을 공동묘지에 묻어둔 것으로 칠 테니 바깥에서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라는 말을 해주었다. 이후 리하르트는 ‘남자아이가 죽었으니’ 들키지 않으려면 여자아이로 살아야 한다는 판단 하에, 자신의 이름을 예레누르의 어딘가에서 온 여자아이 ‘리체 올데믹’으로 취급해달라고 자신의 신변을 인수한 흰비둘기에게 부탁했다.
[ 리체 올데믹, 리하르트 올데믹 ]
그리고 이제는 그것도 옛일이다. 시간은 운명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듯 성장이라는 것을 리체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고향 역시 혼란스러운 정세의 여파는 피해가지 못했다.
리체 올데믹이 7학년이 되어 더는 숨기기 어렵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때쯤 입학한 신입생 중에 익숙한 얼굴이 보인 것. 신입생 자신을 보호했다는 명목으로 차별주의자들의 손에 마을이 불타고 그 속에서 살아남아 흰비둘기에게 거둬졌다는 신입생은 리체를 보자마자 눈물을 쏟으며 ‘리하르트’라는 이름을 불렀고 리체 역시 그 이름의 문제를 알아채지 못한 채 그 아이를 ‘일레인’이라 부르며 달려갔다. 아이가 언니 대신 오빠, 오빠 하며 울었던 것을 모두가 들었다.
이제는 모두가 사정을 안다. 그 날 파사의 손을 빌려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을 자르고, 남들 없는 곳에서 오랫동안 입었던 블라우스와 치마를 불태웠다. 출석부에 적힌 것은 이제 ‘리하르트 올데믹’이다.
이후 여름 방학이 되자마자 마을을 살피러 고향으로 돌아간 리하르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엘리어트 영지 특유의 화살과 누군가의 손에 수습된 백골이었다. 발견된 시신은 총 다섯 구, 나머지는 아직도 행방불명이기에 부디 여전히 어딘가에서 살아있기를 바라고 있다. 더 찾아내려 애쓰기보다는 동생을 제외한 다른 이들과의 연은 여기까지라고 여기는 쪽. 제 존재가 그들의 삶에 끼어들었던 것은 명백한 불행이었고 앞으로도 명백한 불행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손 안에 있는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속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분노와 증오 위에 억지로 흙을 덮어두고 그렇게 곪아가는 길을 택했다. 여동생을 살펴야 하고, 제 주위에 남은 소중한 것들마저 잃지 않으려 애쓰는 것만으로도 바쁘기 때문에 여전히 굳건해보이려 굴고 있을 뿐이다.
그들의 선의가 비마법사의 선의가 아닌 그저 그들이기에 보여줄 수 있었던 선의임을 그제서야 인정하고, 차별주의자 비마법사들에 대한 자신의 분노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님을 인정하고, 자신이 동족이 아닌 이들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미워한다는 것 역시 인정했다. 선의로부터 태어난 기적은 또다른 선善을 물려받는 대신 분노를 가진 채 18세를 맞이했다.
[ 4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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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신의 포용’ 을 처음 실전에서 사용했던 이후로 보다 정교한 발현의 필요성을 느꼈는지 사용하던 완드를 키만큼 커다란 스태프로 바꾸었다. 이전과 달리 끄트머리에 박힌 마력석만 새하얀 빛을 띤다. 이 마력석은 카심이 리하르트의 친할머니 ‘나스타샤 오츠카(현재는 나스타샤 무어)’로부터 받아 전달해준 것으로, 항상 주머니에 털레털레 넣고 다니던 산호는 통으로 가공해 만든 반지는 스태프 장식이 되었다. 이런 사유로 앞으로는 바꾸지 않고 평생 쓰겠거니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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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일레인은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본인과 달리 구하고 치유하는 마법에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현재 나티에르에 소문난 여동생바보. 일레인이 원한다면 간이고 쓸개고 모조리 빼다줄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며, 한창 사춘기에 접어든 일레인은 그게 지긋지긋한 것처럼 구는데도 리하르트 본인은 딱히 신경도 안 쓰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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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이 끝나자마자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악기로만 사용할 수 있는 찬트를 쓰기 위한 것으로 한참의 고민 끝에 고른 것은 하모니카. 들고 다니기 편하다는 이유로 선택했는데, 본래부터 음정에 대한 감각은 좋은 편이기에 현재는 수준급의 연주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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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가장 우수한 과목은 소환술. 소환수는 주로 목줄 대신 가시나무를 두른 늑대, 혹은 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모르타가 아닌 만큼 율리어스의 연구실에서 조교로서 돕는 연구 역시 소환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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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학년 여름 방학, 처음으로 갔던 몽펠리아 여행에서 친부를 만나고 외출기간 내내 함께 지냈다. 마법사라는 사실을 전했음에도 별다른 반응은 없고, 도리어 졸업 후에는 오르게로 오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으나 그대로 거절, 현재는 가벼운 안부 편지만을 주고 받는다. 선물이 함께 오는 경우도 다수 있지만 웬만해서는 편지만 취하고 모조리 돌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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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고 살던 것의 반동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전에는 들킬까 섣불리 맺지 못했던 대부분의 관계를 경험 삼아 맺고 다닌다. 7학년이 된 이후 고백을 받은 것도 여러 번, 연애를 해본 것도 한손에 꼽을 정도는 되지만 자신이 먼저 호감을 가져서 이루어진 관계가 아니기에 모두 끝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본인은 그 결말을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 현재는 가벼운 관계만을 선호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