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비둘기 둥지의 넷째
" 엄마 보고 싶다고! "
엘피스 라티머 바클레이
Elpis Latimer Barclay
Age 10 · Height 132cm · Weight 26kg
시스젠더 여성 · 오르게 출신
DECIMA
ATK 15 · DEF 5 · HP 70 · MP 60
사나운 결의
Appearance
외관
사람들이 오와 열을 맞춰 늘어선 사이 줄 밖에 비쭉 튀어나와 돌아다니는 작은 그림자. 윤이 나는 짙은 남색의 머리카락을 어설프게 묶은 그 그림자는 주변의 또래 아이들보다 반 뼘은 모자랐다. 사람들 틈새를 돌아다니며 제 자리를 찾는 푸른 눈빛은 긴장한 듯 보였으나 그를 감추려는 듯 미간에는 엷게 주름이 잡혀 있었다. 평상시보다 눈에 힘을 준 탓에 유독 올라간 눈꼬리, 동공에 가까워질수록 노란빛을 띄는 홍채는 선득한 느낌을 불러온다.
아무리 노려보아도 제 자리를 찾지 못하자, 아이는 곧이어 종종걸음으로 뛰듯이 앞의 큰 인영에게 다가갔다. 오르게에서 온 바클레이가 자리를 찾지 못한다고 말하는 높은 목소리는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민망할 법도 한데, 교수를 쳐다보는 아이는 뻔뻔할치만큼 고개를 빳빳이 쳐든 채였다. 곧이어 자리를 안내받자 감사하다고 외치며 웃어 보이는 아이의 표정은 아까보다는 한결 유순해 보였으며, 눈에 힘을 빼자 그제야 왼 눈 아래에 툭 자리 잡은 점이 보는 이의 눈에 들어온다.
인사할 틈도 없이 몸을 돌려 제 자리로 굴러가듯 돌아간 아이는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는 듯 머리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날개뼈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은 감도는 윤기와는 맞지 않게 제멋대로 뻗쳐 있었으며 그 꼴이 마치 머리카락에 잡아먹힌 것 같았다. 거추장스럽다는 듯이 손빗으로 모아 하나로 묶으려 했으나, 제 마음대로 되지 않는지 왼 귀의 이어커프에 머리카락이 걸려 한참을 씨름하기도 했고, 아랫머리가 튀어나오게 묶기도 해 여러 번 풀었다 묶기를 반복했다. 곧이어 작게 나오는 한숨은 원래 머리를 능숙히 정돈해주던 사람들을 생각하는 듯했다.
머리와의 싸움을 무승부로 마치고 아직 몸에 맞지 않는 교복 소매를 정돈하는 손은 상처 하나 없었으나, 옅은 풀물이 든 소맷단으로 미루어 보건대 걷는 것보다 뛰는 것이 익숙한 아이라는 걸 쉽게 유추할 수 있다.
Personality
성격
사랑받고 자란 | 성격이 급한 | 자기주장이 강한 | 감정에 솔직한 | 활달한
미움받은 적 없이 자라난 어린아이가 으레 그렇듯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오만이 엘피스를 이루고 있었다. 감출 필요 없는 감정은 열 살배기의 아이에게는 확실한 강점이 된다. 엘피스는 울고 싶으면 주저 없이 울었고, 웃고 싶으면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곤 했다. 엘피스에게 주어지는 작은 행복과 불행은 무척 큰 존재감이었으며, 그로 인해 감정을 숨김없이 내보이고 있자면 아이의 주변 또한 그 감정에 말려들곤 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엘피스에게도 친구들과의 크고 작은 마찰은 존재했다. 다른 주장을 마주하면 특유의 빠른 말투로 반론하는 엘피스의 눈은 흔들리지 않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엘피스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고, 옳다는 확신을 가진 태도로 모든 대화를 이끌어갔다. 드물지만 할 말이 고갈되었을 때, 아이의 절대적인 결론인 '우리 엄마는 내가 맞다고 했을 거야!'는 말로 승리를 확신한다. 마지막 선언을 하듯 말하는 아이는 직전까지 얼마나 울고 있었는지와 상관없이 팔짱을 끼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곤 했다. 그렇게 아이는 그만의 방식으로 가족을 등에 업고 그 허리를 굽히지 않았다.
잘못하면 독불장군에 오만방자한 말괄량이가 되었겠지만, 아이의 절대 기준이 되는 부모님의 교육 철학이 사회 통념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문제아는 아니었다. 마법사는 타인을 상처입힐 수 있으니 마법적 힘을 쉽게 사용하면 안 된다는 말을 착실하게 따랐으며, 줄을 맞춰 걸어갈 때는 아무리 나무에 오르고 싶더라도 참아야 하고, 나티에르에선 부모님이 곁에 없으니 어른인 교수님의 말을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당부에도 고개를 금세 끄덕였다. 이렇게 아이는 받아들인 규칙을 무너트리지 않았다. 어른들의 지루한 말은 아이의 성격과는 달랐지만, 부모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기에 엘피스는 부던히도 노력했다. 엘피스의 비쭉거리는 머리 모양새만치 돌발적인 사고도 치곤 했으나 쉽게 인정하는 모습에서 아이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애정을 받은 만큼 엘피스는 타인에 대한 애정을 발산하는 것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상대가 거절하더라도 자신이 친해지고 싶은 이라면 뻔뻔스러울만치 쉽게 손을 뻗고 옆에 붙어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 이름이 뮤라는 등 소소한 이야기를 조잘거리곤 한다. 활달한 천성으로 수업, 장난, 교우관계 등 모든 일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오르게 사람이 통상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배타심이 느껴지지 않는 까닭도 이 때문이었는데, 엘피스는 자신이 다른 사람을 싫어할지언정 타인이 자신을 싫어할 이유가 없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입학식 당일 교수님에게 아무렇지 않게 질문을 한 것도,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귀찮아할 정도로 말을 건 것도 이 믿음에 기반한다.
Other
기타사항
A. 바클레이
A-1. 어머니인 미르나 바클레이는 오르게 수도 몽펠리아를 담당하는 흰 비둘기 중 한 사람으로, 몽펠리아의 어린 마법사 일부는 미르나의 웃는 얼굴과 함께 마법사 생활을 시작한다. 미르나는 마법적 힘은 약한 편으로, 발현 가능성이 있는 아이를 탐색하기보단 발현이 일어났을 때 찾아가 보호자와 당사자를 안심시키는 역할을 주 업무로 삼고 있다. 그는 발현 직후 당황한 아이들을 다정하게 인도하고 안아주는 모습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특유의 인품으로 마법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좋은 평을 받고 있다.
A-2. 아버지인 단테 바클레이 역시 마법적 힘은 약한 것으로 보인다. 나티에르에서 배웠던 기본 마법을 이용해 물건 수리를 하는 수리공이며, 몽펠리아 내 일부 망각자들에게도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다.
A-3. 미르나 바클레이와 단테 바클레이, 그리고 그 다섯 아이는 집안이 부유하진 않지만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받는다. 망각자들에게는 물건을 가져가 말만 잘 하면 공짜로도 수리해주는 수리공 집안이며, 기억하는 자들에게는 몽펠리아의 다정한 비둘기 집안으로 알려져 있다.
A-4. 사랑받은 티가 나는 아이의 성격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바클레이 가는 그린 듯한 애정을 주고받는 집안으로, 엘피스가 나티에르로 오기 전까지의 집안 분위기는 화목한 편이다. 언니 둘, 오빠 하나, 투닥거리지만 자주 어울려 노는 남동생 하나. 엘피스는 모두를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만 그 중 특히 어머니를 따른다.
B. 마법의 발현
B-1. 양친 모두 마법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았기에, 바클레이 집안의 다섯 아이 중 누가 발현할 것인지는 지인들 사이의 은근한 관심사였다. 그러던 중 엘피스가 열 살이 되던 늦봄, 엘피스와 동생은 뒷동산에 자란 산딸기를 누가 더 많이 따는지를 두고 내기했다. 하늘이 노랗게 변할 무렵 약속 장소에 도착한 엘피스는 가득 찬 남동생의 바구니를 보고는 입술을 비쭉였다. 분을 삭이지 못한 아이가 노성을 뱉으려는 찰나, 크게 몰아친 바람이 엘피스와 동생을 넘어트렸다. 동생들의 울음소리를 들은 바클레이의 둘째 아이가 달려와 본 것은 바람에 쓸려가는 산딸기들과 움튼 풀들이 누운 모습. 그 가운데 머리가 하늘로 솟아 소리를 지르는 엘피스와 남동생이었다.
B-2. 휘몰아치듯 마법이 발현된 것은 바클레이 모두에게 기쁜 일이 아니었다. 두려움을 담은 오빠의 얼굴, 울음이 커질수록 거세어지는 바람에 부모님과 같이 '이상한' 힘을 가지고 말았다는 걸 안 아이는, 동산에서 집으로 업혀 오는 길이 무너지도록 울었다. 뒤이어 둘째 아이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한 전후사정을 들은 어머니만이 엷게 웃었다고 한다. 많은 아이들에게 그래왔듯이 흰 비둘기로서 의례적인 안내사항을 이야기했지만, 아이는 어머니의 품 속에서 온종일 울어 집 안의 등불을 전부 꺼트리고 만다.
C. 오르게, 몽펠리아
C-1. 몽펠리아에서 태어났고, 몽펠리아에서 자라난 아이. 타국은 당연하고 오르게 내에서도 몽펠리아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으며 다른 도시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만큼 아이에게는 몽펠리아에서의 삶이 정상적인 삶이라는 깊은 자부심이 있다. 벽돌담을 따라 담쟁이 덩굴이 가득한 헛간 지붕으로 올라가면 증기기관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매일 보였다는 등, 그곳에서 겪은 모든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C-2. 몽펠리아에서 특히 좋아했던 것은 뒷동산에 올라섰을 때 내려다보이던 흔들리는 녹색 보리밭.
D. 나티에르
D-1. 나티에르 마법학교에 입학하기 위하여 예레누르에 도착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의 여름이며, 어머니보다 지역구를 벗어나기 쉬웠던 아버지와 함께 생활했다. 오르게에서보다 서늘하게 느껴지는 여름 속 부녀는 앞으로 무엇을 배우게 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D-2. 예레누르에서 살게 된 것이 두어 달 지난 지금도 이 나라에 살고 나티에르에 가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E. ETC
E-1. 과일 설탕 절임을 좋아한다. 예레누르는 추위가 심해 포도가 잘 나지 않는 것을 내심 아쉬워한다.
E-2. 착용하고 있는 이어커프는 어머니가 입학 선물로 준 것이며, 마법적인 물품은 아니라고 한다. 꽤나 아끼는 듯 늘 광이 나는 상태다.
E-3. 오르게에서도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었다. 이를 염려한 아버지가 돌아가기 전 사준 방한 물품을 기숙사 방에 쌓아두고 있다.
E-4. 예레누르에서 발달한 세공점에 가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E-5. 외출이 가능한 날이면 형제들에게 줄 선물을 사러 돌아다닌다.